권오철 선생님!

  치암고택에 다녀 가신후 좋은 소감을 올려 주셨는데 답신을 드리지 못했네요 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권선생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저의 소견을 덧부쳐 답신의 글을 올립니다.

  1. 저의 고조부이신 치암 이 만현 선생은 조선조 말엽 홍문관교리를 지낸 학자이자 관료입니다. 외세가 밀려오면서 열강들의 각축이 진행되던 임오군란이후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나라의 앞날을 근심하던 중에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당하자 나라를 잃은 선비로서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바위에 조차 부끄럽다’는 뜻으로 본인의 호를 치암(恥巖)이라 하였고 우분(憂憤)을 참지 못하고 병을 얻어 이듬해 돌아가신 우국지사(憂國志士)입니다.

 2. 사람만이 갖는 인의예지의 덕성(德性)중에 옳지 못한 행동을 했을때 부끄러워 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 합니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을때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면 금수(禽獸)와 다를바가 없겠지요! 

 조상이 물려준 일만년의 문화와 전통을 송두리째 잃어 버리고도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다면 어찌 사람이라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안동에는 자정 순국하신분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거의 모든 안동인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하였지만 기록을 남겨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가 가장 많은 곳이 또한 안동인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유학의 고장으로 선비정신의 발로(發露)라고 할 수 있겠지요.

 3. 인간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唯我獨尊)이며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다름아닌 처지인(天地人) 즉 무한의 우주(天)와 세계(地)와 소통할 수 있는 영혼이 있고 세상 만물을 어루만져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존재(人)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한 우주(天)와 땅(地)과 사람(人)을 우주와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큰 세가지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존귀한 존재이지요. 인간이 이 세계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불행하게 할 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생각이 우리민족의 삼재사상이자 삼태극사상이요, 민족사상인 것입니다. 

4. 치암은 퇴계선생의 11대손으로 퇴계의 학문과 사상을 가학으로 이어 받은 학자입니다.

 퇴계는 모두가 칭송하는 유학자이자 성리학자입니다. 그러나 공맹(孔孟)을 이어 주자학(朱子學)이 퇴계학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권선생님으로 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자나친 이야기가 아닌지요. 어쨌던 퇴계는 가장 불행한 환경속에서도 참 삶을 살다 가신분으로 우리가 본받을 만한 인물은 틀림없습니다. 학문과 사상을 제쳐놓고 라도 도산서원의 축문중에 “心傳孔孟道紹閩洛 集成大東斯文準極”이란 선인들의 칭송과 같이 우리가 본받을 가장 표준이 되는 분이라 생각됩니다.

5. 이 치암고택은 치암할아버지 이후 후손들이 대대로 거처하였고 현재는 저도 이 집에 살고있지만 엄연히 아버님이 거처하시는 집입니다. 따라서 저의 이름을 아버님 문패밑에 작게 걸수는 있겠지만 당연히 아버님 문패를 걸어야지요. 만약에 아버님이 돌아가시드래도 3년동안 아버님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것 또한 유가(儒家)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6. 저희집 누마루에 청풍헌(淸風軒)이란 현판이 붙어있습니다만 이 말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쪽으로 연약한 보리이삭이 스러지듯이 성현의 말씀은 맑은 바람과 같이 무지몽매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감화시켜 성현의 말씀을 따라 군자의 세계로 간다는 뜻이 있습니다.

7. 주련의 글씨는 퇴계선생의 입춘(立春)시 입니다. 《黃券中間對聖賢 虛明一室坐超然 梅窓又見春消息 莫向瑤琴嘆絶絃》이시는 퇴계선생이 계상서당에서 끊어진 주자의 학문과 사상을 이어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시입니다. 1,000원권 지폐에 그려진 계상정거(溪上靜居)의 그림과도 사연이 얽혀 있는 시입니다.

8. 징분질욕(懲忿窒慾)이란 말은 주역의 산택손(山澤損)괘에 있는 말로서 퇴계선생이 쓰신 글씨를 탁본해서 벽에 부친것입니다. 성날때는 산이 대지를 누르듯이 마음을 억눌러 삭이고, 욕심이 생길때는 산계곡을 메우듯이 마음에 욕심의 침입을 막으라는 말입니다.

9. 숙흥야매(夙興夜寐) 글씨는 직역하면 일찍 일어나 밤에 잠들다는 말이지만 퇴계선생의 성학십도 내용중에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의 의미를 실천하라는 뜻이지요. 이는 남당 진무경이 지은 잠언(箴言)으로 공부하는 선비들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잠들때 까지 일과중에 실천해야할 경건한 일상과 마음을 닦는 공부방법에 대해 말한 것으로 현대인들에게도 삶의 지표가 될만한 것입니다.

10, 신독(愼獨)이란 말은 『대학장구(大學章句)』전(傳) 6장에 있는 말로 《毋自欺 愼其獨》이라고 쓴 퇴계선생 친필 글씨입니다.

　○所謂誠其意者는 毋自欺也니 如惡惡臭하며 如好好色을 此之謂自謙이니라.　

　이른바 그 뜻을 정성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니,

　나쁜 냄새를 싫어함과 같으며 좋은 빛깔을 좋아함 같은 것,

　이러한 것을 일러 스스로 만족함이라 하니라.

　○故로 君子는 必愼其獨也니라.　

　그런 까닭에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를 삼가는 것이니라.

　(군자는 남이 보지 않는 데서도 조심을 한다.)

　○小人閒居엔 爲不善하야 無所不至니라 　

　소인은 혼자 있게 되면 착하지 못한 일을 하되 이르지 않는 바가 없느니라.　

　○見君子而后엔 厭然蓂其不善하고 而著其善하니라 (중략)　

　군자를 본 뒤엔 슬며시 그 선하지 못함을 가리고, 그 선함을 드러내려 하니라.

11. 공자가 동이(東夷)의 사람이란 주장에 대하여

공자도 배달민족의 후예 동이족(東夷族)이라는 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기술된 내용입니다.

 "은(殷)나라는 동이족의 나라이다." 그리고 공자는 공자세가, 예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은나라의 후손이다" 맹자에도 분명히 그렇게 기록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공자는 바로 동이족(배달민족)의 후예라는 얘기입니다.

은나라가 망하고 주(周)나라가 세워졌습니다. 주나라가 세워진 뒤 은나라의 공자가문은 주나라에서 7대동안 벼슬을 하지 않았답니다. 동이족의 절개를 지킨 셈이지요.

7대가 지난 후부터 주나라 관직의 벼슬길에 나오게 되었는데, 그 10대손이 공자입니다.

그리고 공자가문의 족보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장백산에서 날아온 학이 곤륜산에서 노닐던 암사슴과 만나, 그 사이에서 나온 사람이 공자다" 무슨 동화처럼 쓰여졌지만 그것은 상징입니다. 장백산은 곧 백두산입니다.

그리고 곤륜산은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산이지요. 즉 공자님의 아버지는 동이족이고 어머니는 중국의 한족이라는 말입니다. (한국전통사상연구소장 김정권 교수의 주장)

또한 [설문해자]에 <夷 東方之人也 唯 東夷從大 大人也 夷俗仁 仁者壽 有君子不死之國

故孔子曰 道不行 吾欲之君子不死之國九夷 承孚 浮於海 有以也.>라는 기록으로

"동이(東夷)란 동쪽에 사는 사람이다. 오직 동이만이 대의(大義)를 따르는 대인(大人)들이다.

동이의 풍속은 어질다. 어진 사람은 장수하는 법이라 그 곳은 군자들이 죽지않는 나라(君子不死之國)이다.” 그런고로 공자께서도 말씀하기를

"중국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으니 나는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之國)인 구이(九夷) 나라에 가고싶다." 하고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자고 하였답니다.

12. 현묘지도(玄妙之道에 대하여

 신라때 고운 최치원(崔致遠)선생의 난랑비(鸞郞碑)서문에 "우리 나라에는 현묘한 도가 있었으니, 일러서 풍류(風流)라 하였다. 이 교를 창설한 내력은 '선사(仙史)'에 자세히 밝혀져 있는데, 실상인즉 세 가지 교(유, 불, 선)를 포함하여 인간을 교화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집에 들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가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유교(공자)의 뜻이요,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이 말없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도교(노자)의 교훈이요, 모든 악행을 하지 않고 모든 선행을 실천하는 것은 불교(석가)의 교화이니, 즉 이와 같은 것들이다." 이 풍류도는 바로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등의 경전으로 인간을 교화하는 가르침을 말하며 고조선의 개국이념인 《弘益人間 理化世界》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민족의 신앙적 풍속을 말한다. 이러한 차원높은 민족사상이 온 국민들에게 가슴속에 전해져서 전세계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로 믿어진다면 진정한 세계평화가 이룩되리라 생각되며 저희 ‘치암고택’에 민족사상과 고대사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방문과 토론을 기대합니다.

       치암고택 불원재에서 이동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