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암고택’ 단상.

恥巖 ‘부끄러울 恥’ ‘바위 岩’ 웬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글자..  하필 부끄러울 恥인가?

‘恥’야 말로 ‘동몽선습’에 ‘天地之間萬物之中에 惟人이 最貴니라.’에서 인간이 대자연의 3요소인 ‘天地仁’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이유이다.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동물과 다른 점은 이 ‘恥’를 안다는 것이고, 부끄러움과 수줍음은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덕목이다. 왜 그런가? 인간은 ‘生年未滿百 이나 常懷千年憂’(백년도 못사는게 천년을 걱정하는 것.)의 모순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음(心)이 부끄러우면 귀(耳)가 붉어지고 이는 인간만이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다.요즘 중국에서 쓰는 ‘恥’는 ‘耳止’(恥의 약자. 귀耳를 닫으니止 無恥인가?)자를 주로 쓰니 이들이 ‘동북공정’이니 ‘중화문명공정’이니 ‘단대공정’이니 하면서 후안무치 더 나아가 破廉恥 해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동물은 선험적으로 그 분수를 알고 있고 ‘恥’를 몰라도 본능만으로도 충분히 자연의 일부로서 역할을 하나 인간만은 '神과의 중간자'라고 자처하여 이 ‘恥’를 모르면 결국 천지인에서 天과地를 파괴하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曰 “不恥下問” (아래 사람에게 물어보는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이라 했고,

맹자曰 “人不可以無恥니 無恥之恥면 無恥矣리라.(盡心上)”(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되니 부끄러워하는 바가 없음을 부끄러워한다)했다.

‘恥’가 그리 중요하니 제사상에는 ‘치’자 들어가는 어물(꽁치,칼치,날치)이 없는 것이다.

‘恥’는 명예를 생명으로 하는 ‘군자(선비)’와 ‘무사(사무라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으로서, 이 ‘恥’의 사상이 곧 제 진리의 근원이요 도리이다. 메이와꾸(迷惑: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를 못하는 걸 최고의 교육 목표로 하고, 거짓이 적음(日語에는 욕이 거의 없다. 우리 처럼 죽여버린다. 죽고싶다 등의 말은 없다.)도 이런 연유이다.

 이 ‘恥’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고 ‘恥’를 당하여 自盡(자살)하는것도 인간이다. <치암고택>의 첫 주인이신 치암 李晩鉉 선생 또한 국치에 울분을 이기지 못하여 분사 하신 것도 이런 연유이다. 금일 장태완장군의 부음을 듣고 그의 선친의 분사가 떠오른다. 을사년 당시 50명의 자진자중 10여명이 안동인이다. 최근 안동의 權姓이라는 여성은 國亡에 憤死한 남편을 따라 殉死했다는 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 만큼 염치가 넘치는 고장이 었다는 것이다. 그 뒤 아전계급의 나부랭이들이 친일과 독재에 빌붙어 지조를 팔고 족친을 팔고 고향을 팔아 영달을 꽤하는 못 된 풍토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 모두 안동이 원래 모습대로 反本 하도록 진력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 악을 제거 하고 정의를 세움)은 불교 용어이나 보편적 진리이고 선비가 분연히 칼을 뽑는 근거이다.
이 땅을 관군이 지킨 적이 있는 가? '참선비'와 무지랭이 '노백성'이 쇠스랑을 들고 지킨 적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중심에는 선비가 있었고 군자가 있었다.

 ‘岩’은 ‘바위 처럼 굳은 맹세’란 말과 같이 ‘불변의 자연’을 뜻 하는 것이고,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의미 할 것이다. 바위는 ‘땅의 기운(陰)와 하늘의 정기(陽)’에 의해 굳어진 ‘天地造化의 중요한 산물의 하나(金)’이다.

 따라서 ‘恥岩’ 은 곧 천지인을 의미하고, 인간이 자연속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 가야한다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퇴계의 학맥’이 일본은 물론 중국에 끼친 영향은 너무나 크다. 孔孟이래로 朱子가 있다 하나 退溪學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고, 장차 모든 儒學은 퇴계 이전과 이후로 양분하여 說하여 질 것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퇴계학에서 부터 비롯 되고 그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도 결국 ‘선비정신’이며 ‘恥’의 정신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설화 ‘忠臣藏(쥬신구라)’도 결국 ‘치’의 문제이다. 

 요즘 시쳇말로 ‘쪽(面) 팔리고는 못산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라져가는 지금 자연은 파괴되고 인성은 메말라 천지인이 공노  공멸 할 시대에 이른 것이다. ‘치’의 의미를 모르는 파렴치의 존재들이 득세하니 통탄 할 일이다.

 그 구원의 장소가 바로 여기 이 ‘치암고택’이라고 감히 話頭를 던진다.

 집이란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하고 주변이 그대로 있어야 그 존재 의미가 있으나 그나마 이렇게라도 남아 있으니 그 거죽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고, 招魂의 근거라도 되니 다행이다.

 아! 석주 (石州) 이상룡(李相龍)선생(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의 임청각은 앞 길을 막고 잘라 비록 그 자리에 있기는 하나 그 본래의 의미는 무색하고, 어찌 그 뿐이랴 무지한 자들의 개발 논리에 의해 수백 수천채의 ‘치암고택’이 훼손 되었다니 통분할 일이기는하나 往事如煙(지난간 것은 모두 한 줄기 연기인 것을)이라~ 각설하고 ‘몸’이 없으면 ‘넋’이라도 찾으면 될 일이다.

들어서니 앞에 ‘향산고택(響山古宅)’이 있고, 嗚呼痛哉라. 이 ‘향산고택’ 또한 작년 그 아직 젊었던 주인장 이야기로 부터 거슬러 올라가 ‘吐血의 說辯’을 要하는 바 多大하나 이는 藏淚하고 후일로 미루고져 한다.

  고택 정문에 문패는 李源琫, 족보를 보니 치암의 4대손이고 현재 주인장의 부친이시라 아마 ‘모친’이 생존하시니 그리 한 바 같으나 이 문패도 곧 바뀔게 아닌가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그 물에 순응하는 게 자연의 철리이다.(上善若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역시 그런 것이고, ‘돈 과 자식은 뜻대로 안된다.’는 것도 그런 뜻이리라. 어릴 적 억울 하게 얻어 맞고 코피를 쓱 딱으며 비장하게 내뱉는 눈물 젖은 한마디 ‘물은 물대로 간데이~’하는 말 처럼 그런 것이다.

 넓은 정원을 앞에 두고 ‘청풍헌(淸風軒)’이라는 자그만 현판에 조촐한 미니 누각이 고졸 스럽고 앙증 스럽다. ‘만세청풍’의 기상으로 ‘청풍명월’을 논하기로는 이만 하면 그저 족하다고 본다.

 주련의 글씨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그런 좋은 자연 이야기 인 것 같고, 다만 벽에 붙은 글씨 몇 자는 먼저 ‘징념질욕(懲念窒慾)’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 이는  ‘懲念을 如故人하고, 窒慾을 如防水하라.(憤은 누르기를 옛 성인같이 하고, 慾心 막기를 물을 막듯이 하여라.)는 거와 같이 이는 유학의 근본인 ‘克己復禮’의 또 다른 표현이다.

다음은 ‘숙흥야매(夙興夜昧)’가 눈에 들어오니 ‘새벽에 일어나고 저녁에 잔다’는 평범한 말이나 이는 인간도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해야하는 생명체인바  天人合一의 근본 생활 태도를 말한다.

또 옆에 ‘신독(愼獨)’ 두 글자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주고 있다. ‘혼자 있을 때 잘하라.’는 뜻으로 유교의 수양방법에 있어 중요한 덕목이다. ‘안 볼때 잘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거고 모든 종교나 도덕이 正直을 최고 덕목으로 하는 것은 ‘심플한 것이 가장 경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經世濟民으로 ‘이코노미’라는 밋밋한 말과는 분명 다른 고차원 적인 것이다. ‘거짓’을 한 번 말하면 그 걸 메우려면 고도의 복잡한 에너지의 낭비가 따른 다는 것이다.

다음 ‘성경(誠敬)’이라는 글씨도 결국 같은 뜻이다. 거짓 없이 온 힘을 다해 받들어 나가는 것이 ‘爲善者(僞善이 아니다.)’가 할 일이고 ‘爲善者’에게는 ‘天이 福으로 報’한다는 것이다. 명심보감  첫 줄에 나오는 ‘자왈 위선자는 천보지 이복하고..’ 이런 말이다.

밖에 대문 옆 주련에 요지일월,순지건곤(堯之日月,舜之乾坤)은 태평성세라던 요순시대를 말하고 있으나 실제 舜이 堯을 지방으로 몰아내 가두고 자신이 임금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동이(九夷)의 고장 宋나라 사람으로 殷나라(고조선의 제후국)의 후예이면서 夏華族의 나라 周나라 文公을 모범으로 삼은 것이 잘못 일 수 있다는 것 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인식하려는 움직임과 같다고 본다. 조선이 문명국 고대 그리이스라면 하화족의 주나라는 야만의 로마제국이라 보면 맞을 것이다. 그리이스의 제우스가 로마의 주피터로 이름 바꿔서 ‘메이드인 로마’로 만들 듯이 중국과 조선의 관계도 그런 것이었다. ‘역사는 진리이기 이전에 인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날 ‘청년유도회’회장님인 주인장 이선생님의 삼태극, 환인,삼성,만대루,병산서원의 존덕사,도산서원 상덕사의 태극문양에 대한 이해등은 밤 늦도록 이어지고, 이로 인해 폐를 끼쳐드린 점은 송구하지만, 그날 그 자리의 모임은 두고 두고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 토론 부분에 대해서는 방대한 자료와 분석이 요구 되는 바 이 또 한 후일로 미루고자 한다.

‘청년’은 최소한 불혹은 넘기지 말아야 ‘청년’이라 하니, 이 ‘청년유도회’ 명칭 또한 知天命, 耳順을 넘으면 天의 道를 깨우칠 때인데 ‘청년’이라니 유교의 이치에도 어긋남이 있어 보이나, 옛날과 비교 하면 ‘학문에 대한 이해 정도’나 ‘생물학적 노령화’로 보면 이해가 가는 점도 있다.

어쨌든 이 날 밤은 ‘1만년 민족사’에 있어 그 유구한 맥을 인식하는 소중한 자리였음은 분명하고, 대략 보자면 이 땅에 불교,도교,유교,기독교,사회주의,자본주의가 유입되건 다 하느님을 숭상하는 三聖(三神)의 ‘삼태극’에서 벗어 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고, 이 민족 고유사상(玄妙之道)의 영향 하에서 모두 세계적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교문화는 소위 中華를 주장하는 중국인들 조차 眞中華인 南코리아(한국) , 거기서도 안동을 찾아야 그 진면목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 ‘석존대제(釋尊大祭)’의 절차를 몰라 그들이 연수 받아간 적이 있다. 공자의 고향  ‘곡부(曲阜)’에 더러 가보지만 역시 ‘눈 감으면 코베어가는’ ‘관광 삐끼’들이 천국이라는 느낌 외에는 없었다.

더구나 안동은 이 모든 諸思想의 핵심 인물을 배출 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안동’이라는 ‘아이템’이 우리의 ‘아젠더’를 달성하는 핵심적인 에너지로 등장 하고 그 중심이 바로 ‘안동’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시점이 도래 할 것이다.

‘치암고택’에서 제대로 하룻밤 留하는 날이 언젠가 올 것으로 믿으며, 李선생님의 접빈객의 수고에 대해 일행을 대신해서 감사의 뜻을 이 橫說竪說로 가름 하고져 하며, 하시는 일과 가내에 오복이 만당하길 기원하며, 아울러 ‘東流水는 萬折必東이라.’ 동녘으로 흐르는 물은 만번을 굽어도 동녘으로 향하나니.. ‘안동’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칭 하는 바 이에 걸 맞는 증거와 이론과 실천 방향('조상을 팔아 밥을 먹자! 정신문화수출,외자유치,동북아의 중심 도시등)을 제공하는 밑거름이 이 ‘치암고택’의 만남에서 부터 시작 되었음을 告天하는 뜻 깊은 날로 기억 하고자 한다.-끝- @OCKHAN  眞虛